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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 잘하는 학생들의 비결이 Grit (집념)이라고 제시한 Angela Duckworth 의 TED 강연을 지난 글에서 소개했다. 학생이 Grit (집념)이 있는지 없는지를 가장 손쉽게 아는 방법은 그들의 숙제를 들여다 보는 것이다. 내가 가르친 학생들 중에 공부를 잘하는 아이들은 대부분 평소에 숙제 퀄리티가 꾸준히 아주 높았다. 그 학생들은 숙제든 시험이든 자신이 만족하는 수준의 성취레벨이 있으며, 그래서 숙제를 할 때 자신이 흡족할 만한 수준이 될 때까지 노력한다. 숙제의 양과는 무관하다. 숙제가 적으면 적은대로, 많으면 많은대로 노력을 기울여 숙제를 성의있게 해온다. 숙제가 어려울 땐 모든 문제를 다 풀지 못하더라도 끙끙 거리며 풀려고 애쓴 흔적들이 보이며, 그들이 많이 노력했음을 단번에 알 수가 있다. 따라서 나는 숙제를 점검할 때 단순히 몇 문제를 맞았냐 보다는 난이도와 숙제의 양을 고려해 그들이 자신이 원하는 퀄리티의 숙제를 해내기 위해 어느 정도의 시간과 노력을 들였는가를 통합적으로 본다.

가르치던 학생 중에 머리는 비상하리 만치 좋지만 노력을 게을리 하는 Terry 라는 학생이 있었는데, Terry 의 숙제 퀄리티는 들쭉날쭉 했다. 잘해오는 날도 있었고 엉터리로 아무 답이나 막 적어오는 날도 있었다. Terry 가 머리가 좋다는 것은 수업시간에 집중하면 어려운 문제도 다른 학생들에 비해 잘 풀어내는 것을 보고 알 수 있었다. 하지만, Terry 가 여러가지 상황에서 너무 쉽게 포기해 버리거나 노력을 하지 않는 태도는 장기적으로 보았을 때 많이 걱정되는 부분이었다. Terry 는 스스로 다른 학생들 보다 잘한다고 느끼면 금방 우쭐해 했지만, 어려운 문제를 만나면 금방 좌절하고 포기하는 아이였다. (사실 많은 학생들이 Terry 와 같은 행동양상을 보인다.)

Terry 는 왜 끈덕지게 노력하며 성실하게 숙제를 해와야 하는지에 대한 필요성을 못느끼는 듯해 보였다. 왜냐하면 숙제를 안해와도 수업시간에 많이 뒤쳐진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으니깐. 숙제를 성실하게 하든 안하든 당장 보여지는 시험성적이 비슷하다면, 안이한 생각을 가지기 쉬운데, 이는 큰 오산이다. 어려운 문제를 끙끙거리며 풀려고 노력한 학생은 수업시간에 이해하는 깊이가 다르다. 자신이 이리 저리 시도해 본 여러가지 방법들이 어디가 잘못된 건지, 어떻게 하면 더 좋은 접근법인지를 수업시간에 배우며, 자신이 고민한 시간에 비례해 깊이있고 입체적인 배움을 경험 할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학습 습관은 저학년 때부터 쌓이고 쌓여 고학년이 되면 실력 차이로 반드시 나타나게 된다. 내 아이가 중학교 때까지는 상위권이었는데, 고등학교 때 부터 성적이 떨어진다면,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그간 공부를 얼마나 깊이있게 해오고 끈질기게 파고들었는지에 대한 내공부터 살펴볼 필요가 있다. 고학년에 와서야 드러나는 실력차이가, 사실은 얼마나 끈덕지게 파고드는가에 대한 집념 (grit)의 정도 차이로 인해 오래전부터 예견된 결과였는지도 모를 일이다.  


Angela가 강연에서 언급했듯, 집념 (grit)을 키우기 위해서는 성장마인드 (growth mindset)가 중요한데, 성장마인드를 가진 학생들은 난관에 쉽게 좌절하지 않기 때문에 고학년으로 올라갈 수록 빛을 발하게 된다. 내가 이런 학생들을 더더욱 눈여겨 보게 되는 이유기도 하다. 이 학생들은 당장 현재의 시험성적이 최상위권이 아니더라도, 앞으로 고학년이 될 수록 상위권이 될 확률이 아주 높다. 성장마인드를 가진 학생과 그렇지 않은 학생은 수업시간에 극명하게 구분된다.  Growth Mindset 을 가진 학생들을 가르치다 보면 그들이 수업시간에 가지고 오는 bright spirit (총기?)에 경이로움을 느낄 때도 많다. 이러한 학생들은 어려운 문제를 틀렸을 경우에 “이거 어떻게 푸는 거예요?” 라고 질문을 하는 경우가 많다. 즉, 문제의 해결법에 지대한 관심을 가지고 있고, 이 문제를 풀지 못했다는 것이 자신이 무식하거나 부족해서라고 연결지으며 좌절하지 않는다.  아주 난이도 높은문제를 던져주면 흥미로워 하면서 한참을 낑낑거린다. 몇분이 지나고도 답을 찾지 못해도 쉽게 지치거나 좌절하기는 커녕 더 흥미로워 하며 달겨들 때도 있다. 물론 이런 학생들은 흔하지 않다. 드물기에 더 보석같고 눈에 띈다. 

반면 Growth Mindset을 가지지 못한 학생은 문제를 맞고 틀리고에만 신경을 쓰는 경향이 있다. 틀린 문제에 대해 불필요하리 만치 수치심을 느끼는 반면 왜 틀렸는지, 어떻게 풀어야 하는지에 대한 관심은 많지 않은 편이다. 문제를 틀리면 틀렸다는 사실에 좌절을 한다. 그 문제가 아주 난이도가 높아 대부분의 학생이 풀 수 없는 문제라던지 아니면 아주 쉬운 문제인데 실수로 틀렸던지 그런것 보다는, 그저 틀렸다는 사실이 괴로울 뿐이다. 자신이 왠지 형편없게 느껴진다. 그런 학생들을 볼 때면 진심으로 안타까울 때가 많다. 때로는 왜이렇게까지 심하게 좌절하는지 의아할 때도 많다. 물론, 나도 어릴 때 다른 많은 학생들과 마찬가지로 틀린 문제에 좌절했던 적도 있으리라 짐작되지만, 박사과정 까지 마치고 현재 학생들을 지도하고 있는 입장에서 보면, 정말 그럴 필요가 없는 일이다. 지금은 배워가는 과정이고, 인생의 최종 심판대가 아니다. 이러한 작은 순간순간 마다 좌절하고 수치스러워 하면서 정작 중요한 “어떻게” 혹은 “왜”에 대해 관심을 가지지 않는 것은, 앞으로 무수히 닥쳐올 학습의 시간을 효과적으로 보내며 버텨내기에 절대 바람직한 태도가 아니다. 따라서 나는 학생들을 지도할 때 이러한 growth mindset을 길러주기 위해 노력한다. 현재의 실력을 키워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장기적으로 성장마인드를 갖는 것이
 아주 중요하고, 이렇게 성장마인드를 갖춘 학생은 자연스럽게 grit (집념)도 강화될 것이다.

 

성공하는 사람들의 공통요소가 Grit 이라면, 내 아이의 Grit을 키워주고 싶은 것이 모든 부모의 마음일 것이다. 어디서 부터 시작해야 할지 모르겠다면 숙제점검 부터 시작하라. 내 아이가 자신에게 주어진 하루하루의 임무인 숙제를 꾸준히 성실하게 완수하는가? 아직 스스로 그런 기준도 없고 훈련도 되지 않은 아이라면, 그 훈련을 부모가 조금씩 도와줄 수 있다. 부모가 숙제에 대한 work ethic 을 강조해 준다면, 아이는 그 기준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며 노력할 것이다. 아직 서툴다고 해서 화를 내거나 혼을 낼 필요는 없다. 이러한 훈련도 아이에게는 새로운 도전일테니 growth mindset 을 키울 수 있도록 조금씩 격려해 주며 꾸준히 함께 점검해 주는 것이 좋은 첫걸음이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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