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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아이가 배움의 즐거움에 푹 빠져 다른 것에 구애받지 않고 공부할 수 있는 최적의 환경은 무엇일까? 아이의 성향을 잘 관찰하고 그에 맞는 공부 환경을 제공해 준다면 아이는 자신의 최대치 역량을 발휘할 수 있다.  

 

Noah 는 귀엽고 똘똘한 아이이었지만 가르치기는 어려운 학생이었다. 나에게 개인수업을 받던 초등학교 5학년 학생이었는데, 외향적인 성격을 가진 당찬 아이였다.  문제는 Noah 의 수업 태도. 언뜻 Noah 는 태생적으로 공부와는 맞지 않는 아이 같아 보였다. 수업시간에 언제나 몸을 베베 꼬고, 2분 이상 집중하는 것을 힘들어 했다. 머리는 좋았지만, 좋은 머리를 공부하는데에 생각은 없어 보였다.
“선생님, 이 영화 보셨어요? 저 지난주 주말에 봤는데, 거기 나오는 캐릭터가 어쩌고 저쩌고…”
Noah가 작정하고 잡담을 늘어놓으면 나는 그 수다를 끊어낼 틈을 찾느라 바빴고, 이는 흡사 내가 이 어린 아이와 고도의 지능적 싸움을 하는 듯한 착각을 불러 일으킬 정도였다. Noah 를 가르친 날은 진이 빠지는게 예사였다.  
한편 나에게 수업을 듣던 다른 5학년 학생 중 Jacob 이라는 학생이 있었다. 다소 내성적이어서 말 수는 적었지만, 수업시간에 굉장한 집중력을 보이고, 가르치는 족족 스폰지 처럼 흡수하는 놀라운 아이였다. 스스로 문제를 풀고자 하는 의지도 강해, 어려운 문제도 끝까지 풀어내려는 집념을 가지고 있었다. 독립적 문제해결력까지 갖춘 Jacob은 정말 공부에 최적화되어 있는 듯 했고, 그만큼 실력도 탁월했다. 

 

어느날 Noah와 Jacob의 두 어머니께서 아이들의 수업을 함께 해 달라고 요청해 오셨다. (Noah 와 Jacob 의 어머니는 서로 아는 사이였다.) 나는 혹시 Noah 가 Jacob 의 실력에 눌려 의기소침해 지지는 않을까, 공부에 흥미를 잃게 되지는 않을까, 수준차이가 너무 심하게 나서 수업진행이 어렵지는 않을까 이런저런 상황들에 대해 고민하는 한편, 수업태도 좋은 Jacob 이 좋은 본보기가 되어 Noah 를 잘 이끌어 주기를 내심 기대하고 있었다.
마침내 두 학생이 함께 수업을 받는 날. 나는 내 눈 앞에서 벌어진 광경에 놀랄 수 밖에 없었다. 모든 면에서 훌륭한 학생이었던 Jacob 의 수업태도가 순식간에 엉망이 된 것이다! 정말 신기한 일이었다. 수업시간에 초집중 하던 모범생이 수업을 같이 듣는 친구가 한 명 생겼다고 이렇게 갑자기 태도가 나빠질 수 있는가? 그렇다고 느닷없이 Jacob 이 수업시간에 소란을 피우기 시작 한 것은 아니다. 다만 Noah 와 함께 수업을 받게되자, Jacob은 온신경을 Noah 에게 쓰며 수업에 전혀 집중하지 못했다. 
Jacob은 감수성이 예민한 아이였다. 친구가 옆에서 함께 공부하는 환경에 놓이자, 친구의 말 한마디, 행동 하나하나가 감수성 예민한 Jacob의 신경을 자연스럽게 빼앗아 버렸다. 수업시간에 총기있던 Jacob은, 이제 내가 이름을 불러도 듣지 못할 정도로 옆 친구에게 온신경을 빼앗기고 있었다. 
반면 Noah 는 Jacob과 수업을 함께 받기 시작하자, 언제 그래냐는 듯 의자에 바른 자세로 앉아서 눈에 총기를 가지고 수업에 임했다. 내가 질문을 던질 때면 답을 맞추기 위해 두뇌를 풀가동 하며 문제에 완전히 몰입했다. Noah 는 승부욕이 있는 아이였고, 친구와 함께 공부하는 환경이 자연스럽게 Noah 로 하여금 수업에 몰두하게 만든 것이다. 실력차이 때문에 Noah가 의기소침해 질 수도 있다는 나의 기우는 완벽한 착각이었음으로 판명되었고, Noah 는 수업시간을 완전히 장악해 버렸다.
물론 Noah 는 여전히 수업시간에 몸을 베베 꼬기도 하고, 좀이 쑤신 듯 일어섰다 앉았다를 반복하기도 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Noah 의 학습능력이 눈에 띄게 향상되었다는 점이었다. 친구와 함께 공부하는 환경이 Noah의 성향과 잘 맞아떨어지면서 수업태도와 집중력의 포텐셜을 최대치로 이끌어줄 수 있게 된 것이었다.

 

장기적으로 나는 Jacob이 (옆에 친구가 있던 없던) 자신의 페이스를 지키며 집중하는 법을 배우기를 바랬다. Noah 가 일부러 Jacob 의 수업을 방해하는 것이 아니었기에, 중심을 잡고 자신의 페이스를 지켜나가야 하는 것은 Jacob 의 몫이었다. 그러나 Jacob의 수업태도는 금방 호전될 기미가 보이지 않았고, 결국 두 어머니와의 상담 끝에, Jacob과 Noah 의 수업은 따로 진행하게 되었다. 다행히 수업을 혼자 받게 되자 Jacob의 수업태도는 단번에 좋아졌고 자신의 페이스도 되찾았다. Jacob은 예전의 영민한 아이로 돌아왔다. 그간의 부진함이 무색할 정도로 수업시간에 열심히 하여, 부족했던 부분도 금방 보충했다. Jacob은 그저 혼자 공부할 때 훨씬 더 집중할 수 있는 스타일이었다.  
한편 친구와 함께 공부해야 스스로에게 많은 도움이 된다는 걸 깨달은 Noah 는 그 후에도 자신과 학습스타일이 비슷한 다른 친구들과 함께 그룹으로 수업을 받기 시작했다. 놀라운 변화는, 공부와는 담쌓은 듯해 보였던 Noah 가 많이 성숙해 지고 실력도 많이 올라, 학년이 올라가면서는 수업시간을 주도하는 우등생이 되었다는 점이었다. 새로 같이 공부하게 된 친구들 역시 그룹 환경에서 더 잘 할 수 있는 성향의 아이들이었다. 그들은 수업시간에 때로는 경쟁하고, 때로는 모르는 부분을 서로 가르쳐 주며 함께 문제해결을 하는 등 긍정적인 상호작용을 해나가고 있었다. 모두에게 이상적인 공부환경을 찾은 셈이다.

 

내 아이는 어떤 아이인가? 친구들과 함께 공부할 때 더 몰입하는스타일인가? 아니면 친구들에게 너무 많은 신경을 빼앗겨 수업에 집중하지 못하는 스타일인가? 독립적으로 공부하는 아이인가? 팀 프로젝트를 즐기는 아이인가? 어떠한 성향의 아이이든 간에, 주변상황에 동하지 않고 스스로의 페이스를 지켜 나가는 법을 배우는 것은 중요하다. 이상적으로는 친구와 함께 하는 공부와 혼자 깊숙히 몰입하는 공부를 번갈아 병행하여 매너리즘에 빠지지 않으면서도 지적호기심을 유지할 수 있으면 더할 나위 없겠다. 한편 이러한 장기목표와는 별도로, 내 아이가 편안해 하는 공부환경을 조기에 제공해 줄 수 있다면, 아이는 훨씬 더 수월하게 공부에 몰입할 수 있을 것이다.

모든 아이들은 각자의 성향을 가지고 있다. 내 아이에게 어떠한 공부환경을 주어야 아이의 성향에 맞게 편안한 상태로 집중하며 공부할 수 있을까? 아이의 성향을 잘 관찰하고 최적의 환경을 주어야할 부모와 선생이 깊이 생각해 봐야 할 문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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